취재뒷담화

나의 결혼원정기, 그 지랄같은 농촌총각 장가가기

바람보다빠른손 2008. 10. 14. 09:53

농촌 총각의 결혼이 사회적 문제가 된 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일부 서구사례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80년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가톨릭 농민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그 유명한 강기갑 의원도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본격적인 농민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국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총각 맞선 등을 주선했으며, 강기갑의원은 이와 관련된 사회단체에서 일하던 여성활동가를 만나 결혼을 하게됩니다. 장수 드라마였던 전원일기의 응삼이도 대표적인 농촌 노총각이었으며, 드라마에서도 서울 여성들과 마을 노총각들이 단체로 맞선을 보러가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는 강기갑 의원은 당시 모든 농촌총각이 장가를 가는 그날까지 수염을 깍지 않게다고 결의해 지금까지 수염을 기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강달프라는 별명도 얻었으니, 1석2조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남성이 부족해 여성들이 돈을 주고 외국남성들을 사다가 국제결혼을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반응은 어떨까요? 
아마도  국가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매도한 뒤 1부다처제를 도입할 겁니다.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과정상의 문제점

아마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농촌 총각이 국제결혼을 할 때 지자체에서 5백만원 정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최순영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제주, 경남 2개 광역도, 24개의 시군에서 '농어민 국제결혼비용 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조례 제정과 무관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가 58개 시군, 경북도 등이 있습니다. 
 
농촌총각을 결혼하는데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시겠지만, 많은 농민들도 이 혜택을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제결혼은 매매혼입니다. 즉 돈을 주고 아가씨를 사다가 결혼을 하는 것이지요. 비용은 1천만원~1천2백만원이 소요됩니다. 지자체에서는 이 중 5백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혼인신고를 하게되면 수백만원 상당의 혼수용품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이미 문제가 심각해 더 이상 국제결혼을 법으로 막았습니다. 그러자 한국의 남성들은 캄보디아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일주일동안 수십명의 여자들을 세워놓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는 방식이죠. 마음에 드는 여성과 데이트도 하고 집에도 찾아가고 해서 결혼을 올리게 됩니다. 

지자체 주도의 국제결혼은 지역정치인의 농촌발전을 위한 정책부재를 은폐하면서 모든 농촌의 문제를 '짝짓기'를 통한 임시적, 일시적 감정적 만족으로 대체하는 무책임한 문제이며, 지원 지자체와 결혼중계업소의 결탁으로 인해 오히려 이득은 중계업자들만 챙기고 있지요.
베트남 등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부족해져 그 지역도 결혼문제가 발생하고 있답니다.

이주해 온 여성들, 행복할까?

농촌은 아직도 상당히 보수적인 동네입니다.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가 팽창해있습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이 제일 먼저 걸리는 건 남편과의 의사소통, 그리고 시어머니라는 이상한 문화입니다. 또한 돈주고 사왔다는 의식으로 인해 본전생각하는 마초남편들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온갖 일들을 시키고 있고, 의사 소통이 안 되니 사소한 실수, 조그마한 실수에도 커다라 불화가 생기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아이들을 낳게 되면, 유구한 단일민족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단군의 후예들은 순수혈통주의에 사로잡혀 피부색이 다르면 남이 아니라 아예 따돌림 대상이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아빠는 자기 자식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애착을 갖지 못하고, 동네에서 열등감도 생기고 엄마는 서툰 한국말로 인해 아이에게 한국말과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아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공부도 못하고 모든 책임은 애엄마에게 떠넘겨지고 있지요.  

 

가부장적 문화가 익숙한 한국 농촌에서 매맞는 아내는 아직도 일상적인 이야기입니다. 말이 안통하니 주먹이 앞서고 어디 도망갈때 없는 이주 여성들은 하소연 할 곳도 없지요.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결혼 3년이 지나야 국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악용해 이혼한 뒤 이주 여성들을 낯선 도시에 몰래 갖다 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통계를 보면 이주민(남녀 포함)이 100만명이 넘어섰습니다. 정부에서는 허울 좋은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정이라며 새로운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이주여성 한글교육 등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일시적이며, 국제결혼이라는 결혼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주변부 남성의 일이며, 이들의 배우자로 한국에 오는 여성들 또한 주변부 여성이라는 생각 때문에 특정 계급의 이슈로 한국 사회변화의 핵심에 놓인 중심적인 의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에서 국제결혼이 많은 이유는 농촌과 도시의 소득격차로 인한 불균형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농촌의 인구공동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정부는 국제결혼을 국민의 혈세를 들여서 조장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 생명산업의 근간을 살리는 일입니다. 농촌지역은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65세 이상의 농가가 46%입니다. 소득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석유가격 폭등으로 농자재 가격도 폭등해 생산비 폭등으로 올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식량위기의 사회이죠. 국제곡물가격도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농촌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자급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식량자급마저 못한다면 국가적 위기로 몰립니다.

농촌 총각 결혼보내기는 위의 상황들의 종합적인 결정판입니다. 하루에 3명의 농민이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별 자살이 가장 많은 직업이 농민입니다. 오늘도 논에 나가 제초제를 논에다 뿌릴까 마셔버릴까 고민하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국제결혼은 여성주의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이주결혼여성의 문제는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 해결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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