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

풍년가는 언제 쯤 부를 수 있을까?

바람보다빠른손 2008. 10. 1. 21:07

농민들이 못살겠단다. 물론 하루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만성이 된 것인가. 80년대부터 진행된 개방농정으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1천만 농민에서 이제 3백30만명이다.

3백30만명이면 이 땅의 장애인보다도 적은 수치이다. 3백30만명 중 60세 이상이 60%다. 10년 후면 70세 이상 60%가 넘는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농민은 이땅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인가보다. 정리해고도 아닌 구조조정도 아닌 그냥 조용히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 못채는 그런 존재가 됐다.

그러나 그들이 없어지면 당장 고통받는 것은 서민이다. 물론 부자들도 고통받는다. 당신들이 한끼에 원가 2백원짜리 공기밥이 비싸다고 수입쌀 먹자고 주장할 때, 농민들은 묵묵히 농사만 졌다.

진작 쌀도 수입개방해서 쌀자급률이 60%만 됐어도 지금 농민들은 행복할텐데... 서울과 대도시에서는 쌀이 없어, 쌀값 폭등으로 폭동을 일으킬 때 농민들은 소수나마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비료가격이 2배이상 오르고 면세유가 1.5배 오르고, 쌀값은 제자리이고. 오이값, 가지값은 그야말로 고스톱판 똥쌍피 값도 안돼 산지에서 갈아 엎고 있다. 사과, 배 올해 가격 개판이다. 농사지면 빚만는다. 농가부채가 일인당 3천5백만원이다.

정부는 농가부채에서 가계용 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농업용 부채는 줄어들고 있다며 좋아하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생각인가. 농사져서 돈이 안되니, 학비니 생활비로 들어가는 돈은 늘어나고 물가도 오르니 생계용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농민들은 우스갯 소리로 "빚은 일년에 천만원씩 늘어난다", "농사 크게 지으면 크게 망한다"라고 한다. 정부에서 시키는데로 복합영농도 하고 농촌체험관광도 하지만 정운천이 같이 350억원 지원받아 1년에 20억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간 1억 이상 소득 농민은 5천명이란다.

아파트를 수매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싸게 사들여 다시 건설업체에게 비쌓게 판다고 한다. 이걸 보고 경제용어로 이중가격제라고 한다. 추곡수매제가 대표적인 이중가격제도였다. 그러나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을 훼손한다고 이 제도를 폐지시켰다. 지난해 한미 FTA 체결되자 소값이 폭락했다. 국회의원들이 시장개입을 촉구했지만, 당시 박홍수 장관은 정부의 시장개입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했다.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2005년, 쌀값은 폭락했다. 당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폭락했다. 물론 쌀소득보전제도가 도입돼 그나마 폭동은 막을 수 있었다. 지금 생산비와 물가는 오르는데,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농민들은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과 오르지 않는 쌀값에 오늘도 원샷하면 바로 골로 간다는 제초제 '그라목손'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목숨을 끊는 농민이 하루에 3명꼴이다. 자살율도 매년 증가한다. 자살공화국에서 농민이 차지하는 자살은 전체 자살자의 직업중 3번째 직군이다. 무직이 자살을 제일 많이 한다는 사실을 빼면 거의 두번째로 자살을 많이 하는 직업이 농업이라는 이야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철이 돌와왔고, 들녘에는 나락이 잘 익어 풍년이라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지만, 농민들은 풍년가 대신 농민가를 부르며 농협과 지자체, 농식품부와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나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앞으로 돈이 있어도 쌀을 사먹지 못하는 시대가 꼭 올 거라고. 그건 농민의 복수가 아니라 자연의 복수라고.